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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오늘의 우리만화 <요나단의 목소리> "사랑과 긍휼에 대하여" 만화평론가 박인하

2023.11.13

사랑과 긍휼에 대하여

 

<요나단의 목소리>, 정해나 다산북스

 

 

 

여호와께서는 모든 것을 선대하시며  지으신 모든 것에 긍휼을 베푸시는도다.”(시편 145 9)

 

 

 

한국은 전후 세계사에 찾아보기 힘든 고속성장을 이루었다. ‘경제 고속성장했지만, ‘경제 자리에 교회 넣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교회와 성장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이지만한국 교회는 성장을 부흥이라는 교회말로 바꿔 성장을 끌어안았다성장을 끌어안은 교회는 필연적으로 세속화와 물질주의에 물들었다 결과 교회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유대교 지도자이자 철학자신학자인 조너선 색스는 <차이의 존중>(말글빛냄, 2007)에서 성서에서 만나는 하나님에 대해  이삭을 선택했지만 이스마엘에게도 축복을 내렸고야곱을 편애했지만 또한 그의 자손들에게 에서의 자손을 미워하지 말라고 명령했으며, “다양성 안에서 모든 것을 하나로 통일하는 존재이기때문에 우리에게 서로 싸우거나 지배하려 들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한다.(103-104하지만 안타깝게 우리 교회 안에 하나님이 기대하는 이타주의의 연대나 이웃에 대한 사랑차이를 관용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오직 자신의 믿음만 강조되다 보니 타자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소외되고, 배제되는 사람들



 

 

정해나의 <요나단의 목소리> 등장인물은  교회 청소년과 교회  청소년이다만화는 교회와 상관 없는 조의영의 시선에서 시작한다기독교 학교인 성운고등학교에 입학한 조의영은 입학예배에서 성가대 찬양에 감탄한다. “뭐냐쟤네 엄청 잘하네.”

 

의영은 2 1 기숙사에서 윤선우와 룸메이트가 된다둘은  만남  일주일 동안  마디도 대화하지 않았다월요일 채플 시간이 되어 의영은 성가대에  선우를 발견한다성가대에서 솔리스트로 노래를 부르는 선우의 목소리는 깜짝 놀랄 만큼 좋아 의영은 이어폰을 빼고 선우의 노래에 집중한다. 기숙사에서 만난 선우에게 의영이 말한다. “ 노래 존나 잘하더라.”

 

조금씩 거리를 좁혀간 의영은 선우에게  공책을 받다가 공책 사이에 끼워 놓은 스티커 사진을 본다다윗주영선우  사람이 찍은 사진을 보고 의영이 물었다. “친구들이야?” 선우가 . … 친구랑 첫사랑.”이라고 대답한다스티커 사진 에피소드에서 작가는 다윗주영선우의 관계에 대한 여러 단서를 남긴다평범한 대화에서 이야기의 씨앗을 숨겼다.

 

의영의 서술에서 시작한 만화는 다음 장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면서 선우의 회상이 시작된다. “담임 목사의 모범적인 아들 교회안 청소년 선우는 중학교 2학년  다윗을 만난다. “ 기독교 아니야근데 우리 아빠도 목사야.” 선우는  교회 청소년 다윗과 친구가 된다그리고 다윗의 여자 친구인 교회  청소년 주영과도 알게 된다만화는 의영이 회상하는 고등학교 1학년 의영과 선우의 이야기와 선우가 회상하는 중학교 2학년 선우다윗주영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교차한다딜리헙 연재에서는 모두 흑백이었지만 단행본으로 출간되면서 의영과 선우의 고등학교 이야기는 푸른 색을 중심 색으로 활용하고다윗주영선우의 중학교 이야기는 갈색과 탁한 황갈색(카키) 중심색으로 사용한다 중심 색은 머리카락 색을 표현할  사용해 간결한 작화를 보완한다. 


누군가의 옆에서, 사랑의 목소리로

 

 

 

화자의 회상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끌어 가면  지루할  있는데정해나 작가는 과거의 상황을 보여주고 내레이션을 넣어 서사의 인과를 잇는다내레이션은 독자들이 보고 있는  안보다  미래에서 과거를 회상한다시간선을 넘나 들며 의영과 선우의 관계다윗주영선우의 관계를 조금씩 보여 준다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명의 목소리가 마치 아름다운 합창처럼 교차된다선우가 고등학교 채플시간에 부르는 성가선우가 우영에게 건내준 MP3 들어있는 프랑스 영화 <코러스(Les Choristes)> 소년 합창단의 노래처럼 명의 감정과 이야기를 담는다.

 

작품 제목은 <요나단의 목소리>인데작품에 요나단 나오지 않는다역사적으로 요나단은 사울왕의 아들이고기독교적으로 설명하면 다윗의 동역자다해석 없이 성서에 나온 대목을 그대로 인용하면 다윗에게 요나단은 친절했고기쁨이 되었고그리하여 아름다움이 되었다그래서 다윗은 요나단의 죽음 앞에 처절한 조가를 불렀다. “  요나단이여 내가 그대를 애통함은 그대는 내게 심히 아름다움이라 그대가 나를 사랑함이 기이하여 여인의 사랑보다 더하였도다.”(삼하 1:26)

 

작품 도입부터 마무리까지 선우의 목소리가 중요한 서사 장치로 등장하고선우가 교회  퀴어 청소년이기 때문에 요나단의 목소리 ‘선우의 목소리 해석할  있다. (다윗과 요나단의 관계를 퀴어적으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으니 이렇게  수도 있다.) <요나단의 목소리>에는 여러 요나단이 존재한다중학교  다윗주영선우의 관계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의영과 선우의 관계는 서로에게 친절하고기쁨이 되었고아름다움이 되었다.

 

위기에 몰린 선우를 말없이 돕는 의영에게 선우가 묻는다. “어떻게…그럴 수가 있어? 너는… 왜 그렇게 착해? 아무것도 안 믿으면서 예수님처럼 그래…”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긴 선우의 웅크린 등을 바라보며 우영도 눈물을 흘린다. “난… 난 그냥” 의영의 내레이션이 나온다. ‘난생처음으로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건 기분이 아니라 진짜 통증이었다. 윗가슴을 짧게 쥐어짜고 긴 슬픔을 남기는 일이었다.’ 의영이 선우에게 말한다. "내가 너한테 해줄 수 있는 걸 하고 싶은 거야…” (3권 145-147쪽) 이들의 목소리와 내레이션에서 요나단의 목소리를 듣는다.   


누군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작가 정해나는 딜리헙에 연재가 끝나고 남긴 글에서 깊은 혐오의 시대에 믿음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교회  퀴어와 앨라이청소년기의 소중한 시간 일부를  만화와 함께 해주신 분들삶을 견디고 있는 독자님들 고마움을 표했다. ‘앨라이(Ally) 소수자와 연대하는 사람들이다네가 받는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는 관계는 사랑의 관계다고통의 전이는 사랑과 긍휼에서 나온다하나님은 사랑과 긍휼의 존재이다교회  청소년을 옭아매는 사랑과 긍휼이 없는 이들과 달리 의영은 선우를 아픔을 진심으로 아파한다그것이 사랑과 긍휼의 마음이다우리는 <요나단의 목소리>에서 상대방에게 다가서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그들의 마음을 본다자연스럽게  안에서 사랑과 긍휼의 하나님을 만난다자칫 무거운 자기 고백 안에서 빙빙   있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 작가의 실력이 책장을 덮어도 그들의 목소리를 남긴다깊은 여운은 우리 시대에 많은 질문으로 남는다누군가의 두려움에 귀를 기울이면서로의 연약함을 나눌  있다이것이 믿음이다.

 


 

 

 

 

* 리뷰는 <기획회의>(2023 595) 수록된 리뷰를 바탕으로 수정보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