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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자료]2022 오늘의 우리만화 전문가 리뷰2 <위아더좀비> 청강대만화콘텐츠스쿨 교수 홍난지

2022.11.03

어떻게든 살다 보니 살아남아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위아 더 좀비>, 이명재, 네이버웹툰

 

우연히 들른 서울타워에서 갑자기 발생한 좀비 출몰 사태. 쇼핑몰을 봉쇄하는 것으로 사태는 순식간에 마무리됐다. 문제는 너무 빨리 봉쇄한 데 있다. 아직 쇼핑몰 안에는 좀비들과 살아남은 사람이 함께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울 한복판의 무법지대에 김인종은 살아남아 있다. 인종의 어릴 적 꿈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부모님과 한 가정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삶을 원했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점점 평범한 사람이 되는 길과 멀어진 인종은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하다가 친구들의 부름에 서울타워로 오랜만에 외출한 터였다. 이때 발발한 좀비 사태로 인해 집에서 서울타워로 장소만 바뀌었을 뿐 김인종의 고립은 계속되었다. 여전히 살아있는 상태로 1년의 시간이 지났다. 다행히 타워에 살기 위한 재화는 충분했다.

 

 

 

어차피 망한 인생, 고립된 타워에서 쉬다 가려는 사람들

김인종의 고립 생활은 동생을 찾기 위해 다니던 김소영을 만나면서 변화한다. 김소영은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과 눈에 띄지 않는 공간에 자리 잡았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이들은 바깥으로 나가는 것보다 언제라도 좀비가 출몰할 수 있는 타워 안에 머무는 것에 더 안락함을 느낀다. “어차피 망한 인생 좀 쉬다가 나가려고 했습니다.” 1) 하고 말하는 김인종의 말은 타워 안에 살아남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 무엇도 예측 불가능한 무법지대지만, 현실도 예측이 불가능한 건 매한가지다. 예고 없이 죽는 것은 현실보다 타워 안에서가 훨씬 가능성이 크다. 존재가 사라질 수 있는 불안감도 현실이나 타워 내부에서나 마찬가지인데 김인종은 타워 안에서 쉬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인종은 스스로를 게으른 사람치고 열심히 살았다고 표현한다. 열심히만 살면 적당히 살아지는 줄 알고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하며 살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그렇다고 그만 살 수도 없었다. 모라해 카페 주인은 뭘 해도 느린 사람에게 관대하지 못한 사회에서 고충을 겪어 왔다. 불안정한 가정사로 불안했던 한보라는 최대한 안정적인 삶을 살면 행복해질 거란 생각에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았지만 불행했다. 그렇다고 일상을 포기할 자신도 없었던 그들에게는 그저 잠시 쉬어갈 필요가 있었고, 용기가 부족했던 차에 사고처럼 타워에서의 생활이 시작됐다.

 

 

 

 

 

누군가의 기준으로 덧씌워진 평범한 사람이란 꿈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 건 남들도 그렇게 살고 있으니까, ‘이렇게까지 우울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생각2) 했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하게 특별한 인생을 바란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길 원했는데 현실에서의 삶은 쉬는 것마저 예측불허하게 당한 사고가 아니면 불가능했다. 그것은 이들의 삶이 인종의 극 중 대사처럼, ‘강제적3)이었던 탓이다. 인종이 원했던 평범한 사람은 누구의 기준이었을까? 인종의 꿈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썼을 때는 인종만의 기준이 있었을 텐데 꿈이 발화되는 순간, ‘평범한 사람에 여러 가지 사회적 기준이 덧씌워졌다. ‘공무원’, ‘회사원과 같은 직업이 아니면 평범한 사람이 되지 못하는 삶은 이상과 현실과의 괴리의 격차를 더욱 크게 벌린다. 인종이 바랐던 평범한 사람의 기준은 직업의 유무와 관련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너무 오래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았다. 어쩌면 삶의 참조가 될만한 인생의 롤모델이 없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예측불허가 당연한 인생에서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인 삶을 꿈꿨던 탓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안전하고 평안한 삶을 바라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위아 더 좀비>에서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인생은 입체적이고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한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공간으로서 타워, 변화의 계기가 되는 공간

어찌 됐든, 어떻게든 살아남은 사람들은 타워 안에서 살아간다. 그것도 아주 불행하지 않게 쉬어가면서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로 삼아 살아간다. 마치 타워는 이들에게 낙원처럼 기능한다. 사고 이후 타워 내부는 살아남은 사람들과 살지도 죽지도 않은 좀비가 공존하는 비정상적인 세계다. 그래서 타워 내부에서는 현실의 어떠한 규범이나 법, 기준이 통하지 않는다. 타워 내부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공간이다. 타워는 비일상적 공간으로 낯설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변화의 계기를 만든다. <위아 더 좀비>에서 타워 내부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비일상적 공간에서 겪는 경험은 그들의 인생에서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아직은 그 변화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것은 그들이 지금 거주하는 공간이 변화의 과정인 공간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맞이할 현실 세계에서는 각자의 기준으로 주인공으로 살기를

망해버린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는 반대의 상황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비일상의 세계는 경험하는 이들에게 변화의 계기를 강제로 맞이하게 할 것이며 발생하는 사건은 스스로를 재인식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일상의 세계로부터 예측하지 못한 세계로 갇힌 김인종과 동료들의 강제적 삶은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야기가 위트있게 그려지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희망적인 변화를 예측하게 한다. 어떻게든 살아남은 김인종과 동료들의 이야기가 자신의 기준에 맞게 그런대로 괜찮게 살기를, 그들이 다시 맞이할 현실의 세계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희망이 깃들어 있는 삶의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각주

1) 이명재, <위아 더 좀비> 9, 네이버웹툰.

2) 이명재, <위아 더 좀비> 49, 네이버웹툰.

3) 이명재, <위아 더 좀비> 28, 네이버웹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