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백수 회원] 별로인 작품을 하면 스스로도 재미가 없으니까, 계속 재미있게 만화를 하려면

2026-09-16



한국만화가협회(이하 만협) 첫번째 뉴스레터 인터뷰이로 곽백수 작가를 만났습니다. 


최근 네이버웹툰에서 <주차장>을 연재하고 있는 곽백수 작가는 <트라우마>를 시작으로 <가우스전자>, <파견체>, <하남자>에 이르기까지 한 장르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해 온 이력의 소유자로 후배 작가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8일, 고양시 일산동구 소재 고양문화창조허브에서 곽백수 작가를 만나 지금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흔들리지 않고 지켜온 창작의 원칙과 지치지 않는 창작의 원동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과 위대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야망도 있어요. 

별로인 작품을 하면 스스로도 재미가 없으니까, 계속 재미있게 만화를 하려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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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90년대 강남을 배경으로 한 시대극 <주차장>을 연재 중이신데, 배경이나 소재를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예전에 아는 형에게 주차장 브로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중간에 돈을 받는 브로커가 있고, 곧 돌아가실 것 같은 어르신에게 아들 행세를 하거나 혼자 계신 어르신에게 여자를 소개해 주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실화라기보다는 ‘그런 사람도 있다더라’ 정도로 들은 이야기였죠.

그 이야기를 들은 게 10년도 넘었는데 당시에는 작품으로 그릴 생각은 없었고 소재로 괜찮겠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신작을 준비하던 중 기존에 준비했던 작품이 연재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뭘 해볼까’ 생각하다가 이 소재를 꺼내게 됐습니다.

 


작업하시면서 가장 신경 쓰는 요소 혹은 이번 작품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신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흥행을 제일 신경 씁니다. 흥행을 위해서는 서사보다는 캐릭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결국 매력적인 인물을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물론 제가 생각하는 매력은 요즘 트렌드와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약간 고전적인 느낌의 주인공을 좋아합니다.


 

<주차장>에서는 다양한 인간의 심리와 개성 있는 인물들이 인상적으로 그려집니다. 개인적으로 애정이 가는 캐릭터가 있으신가요?

주인공인 선우에게 가장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선우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고지식한 인물이에요. 속이 터질 정도로 고집을 부리기도 하고, 사이다 같은 면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점점 현실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선우라는 인물이 가진 매력을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정직하고 바른 인물이 주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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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부터 <가우스전자>, <하남자>까지 특유의 유머와 여운을 남기는 전개로 꾸준히 사랑받아 오셨습니다. 이런 작품들의 아이디어는 주로 언제, 또 어떤 방식으로 떠올리시는지 궁금합니다.

일하려고 떠올립니다. 평소에 특별히 아이디어를 떠올리려고 하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써야 하고 에피소드를 만들어야 하니까 그때 생각하는 거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도 아닙니다. <주차장>이 아는 형에게 들었던 이야기에서 출발했지만, 그 이후에는 그 소재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면서 발전시킨 겁니다.

 


‘곽백수를 지하에 가두고 고문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성실한 연재로도 잘 알려져 있으신데요. 작가님만의 하루 작업 루틴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궁금합니다.

쉬는 날을 따로 정해놓기 어려워 지금은 주 6일 정도 일한다고 보면 됩니다. 눈을 뜨는 시간부터 계속 일을 합니다. 그런데 일 때문에 힘들다기 보다는 그냥 하는 거예요. 다른 것도 이것저것 하고 싶지만, 만화를 그리는 것도 제가 하고 싶은 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크게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벌써 만화를 그리신 지 29년 차에 접어드셨습니다. 계속 자신을 발전시키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먹고살아야 하니까요. 돈도 많이 벌고 싶고, 목표도 있습니다. 하지만 돈만이 이유는 아닙니다.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욕심과 위대한 작가가 되고 싶다는 야망도 있어요. 별로인 작품을 하면 스스로도 재미가 없으니까, 계속 재미있게 만화를 하려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저는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는 것이 가장 재미있게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40대 중반쯤부터 죽음에 대해 조금씩 의식하게 되면서 죽기 전까지는 최대한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계속 배우고 발전하면서, 열정적으로 살아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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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하며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요?

만화를 계속 그려온 과정이라 딱 하나를 꼽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한 번씩 제가 작품을 해놓고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은 있습니다. <가우스전자>도 나름대로 잘했다고 생각하고 <파견체>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능력보다 잘했다고 생각하는 작품도 있고, 반대로 아직 제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습니다.

 


초창기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웹툰/만화 시장의 변화 중 가장 크게 체감하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정말 많이 변했습니다. 유통 방식도 완전히 바뀌었고, 읽는 방식도 바뀌었고, 대중의 취향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작업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만화를 그리고, 팔고, 돈을 번다’는 본질 자체가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작업 환경은 개인 작가가 활동하기 좋은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어시스턴트가 네다섯 명 정도 있어야 연재가 가능했고, 스튜디오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도 많았는데 이제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혼자서도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만화가 더 이상 독립적인 영역에서만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모바일 화면에서 영상이나 다른 콘텐츠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위기감도 있습니다. 반대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달라지면서 서사의 깊이보다 즉각적인 도파민을 자극하는 작품이 더 인기를 얻는 경향도 생겼습니다. 저는 그런 변화 속에서도 제가 잘하는 이야기를 뚝심 있게 하면서 트렌드에 맞춰 연출이나 호흡 같은 부분은 조금씩 변형하려고 합니다. 독자에게 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더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재밌게 보셨거나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혹은 작가님께서 ‘인생 만화’로 꼽는 작품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윤승운 선생님의 <두심이 표류기> 같은 작품이 가장 큰 영향을 줬습니다. 어렸을 때 봤기 때문에 제게는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고우영 선생님의 만화도 좋아했고, 일본 작가 중에서는 <짱구는 못말려>를 좋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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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좋은 만화’란 무엇인가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은 역사에 남는 작품, 위대한 고전이 될 만한 작품입니다. 저도 언젠가는 100년 후에도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지금의 고전 작품들을 보면 100년, 200년 전 작품인데도 여전히 읽히잖아요. 그 이유는 결국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잘 담아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소설 등 모든 이야기의 지향점도 결국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시대나 유행은 계속 바뀌지만 인간이라는 존재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레미제라블> 같은 작품도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이 공감하며 읽는 것 같습니다.

 


한국만화가협회 부회장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계신데요. 작가님께 협회 활동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속한 업계에 대한 책임감이나 참여 의식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만화가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만화가협회라는 단체에 속하게 됐고, 제가 속한 분야를 위해서도 어느 정도는 제 몫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잘 그리고 잘 먹고 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별개로 내가 속한 업계에 참여하고 역할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협회가 만화가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 공간, 또 어떤 연결의 매개체가 되길 바라시는지 궁금합니다.

협회는 작가들이 편하게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보를 나누고 선후배 작가들이 만나 창작 이야기도 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작가들의 모임이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필요할 때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대표하는 역할도 해야 하고요.

저 역시 만화가로서 제가 속한 분야를 위해 제 몫을 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협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지켜줬으니 나도 내 몫은 해야겠다는 마음과 비슷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보고 있을 동료 작가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많이 와서 다 같이 놀고 교류했으면 좋겠습니다. 만화가협회는 결국 만화가들의 모임이니까요. 그렇게 쌓인 관계가 필요할 때 서로 힘을 모으는 조직적인 힘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입을 고민하고 있다면 반 농담으로 “왜 들어오냐고 묻지 말고 일단 들어오고 나서 생각해보세요”라고 말합니다. 일단 들어와 보면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인터뷰, 정리 김유진 매니저

사진 박덕진 매니저

 

 

앞으로 격주로 발행될 뉴스레터에서는 회원 작가 인터뷰와 함께 협회 행사 사업 소식부터 업계 최신 동향까지 폭넓게 다룰 예정입니다. 많은 기대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